나지금여기에서
2004-09-25 15:32 큰애 진학문제 걱정... 본문
지난 수요일날(9/22)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딸아이가 시험을 본 대전에 있는 某대학교 최종 합격자 발표입니다. 기다리던 결과는... [낙방]...
일주일전에 있었던 면접시험을 잘 치루지 못했다고 아이는 일찌감치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지만 저희 부부 마음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너야 망쳤지만 너 말고도 못본 사람이 있다면 붙을수도 있지 않겠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기다려 보았죠. 하루전에 인터넷을 통해 발표되는 시간을 기다려서... 아마 일착으로 확인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치고 엔터를 누르니 짤막한 메시지 하나가 뜨더군요.
“합격자 명단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짧은 한문장..... 매정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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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퇴근을 해서... 알고도 모른척하고 있는데... 녀석이 덜렁덜렁 거실에 나와서는 컴을 키고... 확인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어~ 떨어졌어’ 장난처럼 말하면서... 한참을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러나... 응시했던 시험 떨어져 놓고... 떨어졌다는 결과 앞에서 어디 담담할수만은 있겠습니까. 가족이래야 엄마아빠 그리고 남동생 넷이서 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기야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더라구요.
이상하다고... 대한민국이 꼭 자기를 버리는 것 같다는 묘한 말도 하고요~ 자기는 이공학도로서는 자질이 안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얼마나 지금 자기가...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이 힘든지 모르실거라면서 한참을 울먹거렸습니다. 난감.
최근들어 이번이 두 번째 실패입니다. 첫 번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과고시험을 치뤘으나 낙방을 했었고... 이번에 비록 2학년 학기중에 치룬 시험이긴 했지만... 자격심사,1차서류전형은 통과했는데... 마지막 면접구술시험에서 그만 망쳐서 다시 실패를 한것입니다.
그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다니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의 온갖 성원이 있었음에도 연거푸 실패를 한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는 상급학교에서 요구하는 실력(!)이 안된 결과이겠지요. 그러나 저렇게 열의를 갖고 주도적으로 공부한 아이가 자기가 세웠던 목표를 달성치 못했다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상처로 남을것인가... 턱 걱정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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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묘안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집에는 미리 준비해놓은 비장의 무기가 있지요. 바로 아빠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주 이야기. 지난 봄엔가.. 딸아이한테 이야기 꺼냈다가... 자기는 한국에서 수능을 보고 가고야 말겠으니... 정말로 정말로 확실해 지기 전까지는 자기앞에서 미국이야기 꺼내지 말아달라는 소리를 들었던터라 그동안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
그동안 이주허가가 승인되었으며... 이제 오늘 내일 비자피를 낼 예정이고... 이런식으로 진행이 되면 내년초면 이주가 가능할것이라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딸아이는 자기가 생각했던것보다 일찍 진행된다는것에 놀라면서.... 그전같지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가겟다는것이죠. 가능하면 빨리 가고싶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고2겨울방학때 자퇴를 해버리겠다는 이야기(왜냐하면 고3이되면학교가학생을너무너무심하게긴장시키기때문에버티기힘들어서)...
미국에가면 자기는 6개월내에 적응할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 한6개월 랭귀지 코스를 마친뒤에 다른아이들이랑 같이 새학기를 맞겠다는... 중간에 들어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
그리고 미국에 가면 한2년 낮추어서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겠다는 이야기...
이런저런 나름대로의 각오를 이를 바득 바득 갈면서 한참을 이야기 하드라구요~ 이런(!)
- 예야... 미국에 가서 학년을 낮춘다는 것이 몇 년이나 낮출수 잇을지 아직은 알수 없단다.
- 자퇴야... 해도 되지 않겟니. 그렇다면 자퇴할셈치고... 지금부터 공부과목을 바꿔봐도 괜찮지 않겟나 생각한다... 그나저나 너를 아껴주는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자퇴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낼래~ (걱정)
- 학기중에 편입하는것도 늬네들 또래에 힘들기는 하겠다만... 그래도 빠른 적응을 위해서도 바로 진학을 해야지... 서울에 많은 학원가처럼... 늬 적응을 위해서 문열어놓고 기다리는곳은 없단다...
- 게다가 아빠가 가는곳은 동부의 작은 도시란다. 학교전체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 좋은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닌 학교일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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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내년초 이주때까지... 그리고 미국정착후 1-2-3년동안 큰아이가 어떻게 적응을 해야하고.. 준비를 해야할지 생각하면 제가 다 아득한데 아이는 오죽하겠습니까. 아이말대로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고... 그러다 보니 갑자기 당황스러워지기까지 합니다.
한국에 있으면... 지금처럼 같이만... 같은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면... 무난(^^)하게 대학에 진학하고 그 다음 과정을 밟을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말해 1-2-3-4년뒤의 미래가 예측이 가능한데 말입니다.... 이거 미국으로 지금 시간에 건너간다는 것이 도대체가 어떤일이 생길지 예측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이런말을 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늬가 스스로 목표를 정해서... 계획을 세우고 <혼자> 공부벌레가 되어서 학습을 했다만... 앞으로는 상황이 유동적이니... 혼자 고집부리지 말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신경을 쓸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말라고 말입니다.
이를테면... 아빠가 가는곳이 아주 한적한 시골이며... 그곳에서 1년이상을 보내야 할것이고. 그런뒤에 이사를 하겠지만 그곳이 어디가 될지는 아직 아빠는 결정하지 않았다는것. 현재 상황에서... 부족한 정보만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아빠나 아이가 생각할 것은 현지에 가서 차근차근 파악해 가야 할것이라는 이야기... 그러다 보면 낭비하는 시간도 생길것이고... 시행착오도 생길수 있을터인데... 그럴줄 미리 알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는 인생을 멀리 보자는 당부... 그런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맞는 이야기를 한 것은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하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해지는지... 이를테면 지름길이 분명히 있을터인데... 그것을 잡지 못하고 에둘러 이야기 해대고 있는꼴이니 말입니다. 가능한 밀도있게 충실하게 보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에게... 여유를 갖고... 서두르지 말고... 이런 이야기 할때가 아닌데 싶어 답답해 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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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건너가서... 학교에 입학시켜놓으면... 나름대로 학교에서 진학지도를 받을수 있을것으로 생각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알아보고... 정리해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싶습니다. 어디에 어어떻게 알아봐야 좋을지 알고계신 정보가 있으시다면 좀 나누어 주세요.... ^^*
[참고로.. 저희가 가는곳은... 메릴랜드 솔즈베리 근처의 selbyville에 있는 닭공장이구요...
저희가 현재 거주하려고 생각하는데는 공장근처로도 갈 생각이 있지만... 아이들 학교 때문에 그래도 솔즈베리정도에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중에 있습니다.]
pyujae: 아이들도 힘들고 어렵겠지만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계십니다.
두 아들의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이의 태도로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잘 알아서 하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 둘째아들도 휴학하고 노느라 얼굴보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여기서 졸업하겠다고 했는데 잘 설득했더니 휴학계를 제출하더군요.
잘 의논하셔서 최선의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09/25-20:23]-
rusia_56: 그러셨군요.마음 아프시겠습니다.솔즈버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곳이 있는데,그곳에 붙어서(?)있는 솔즈버리 대학교가 있더라구요.메릴랜드의 경우 대학교가 '딱' 한개 밖에 없습니다.바로 메릴랜드 대학교. 분교가 있고요.본교는 칼리지 팍 에 있습니다.물론 분교라고는 하지만 의대나 수의과대학은 볼티모어 교정에 있습니다.영주권자로서의 인센티브를 기대 하신다면,1년을 사셔야 합니다.물론 주립대학 이고요. -[09/25-21:04]-
씰바댁: 마음이 너무 아팠었습니다. 녀석이 2학년에 입시를 치루려고했던것은 알게모르게 이민이 작용을 한것이었지요. 가만히 보니까 잘못했다가는 수능도 한번 치루어보지못하고 한국을 떠날것같으니까 일년을 앞당겨 시험을 본것이었지요. 처음 이민 이야기가 나왔을때 결단코 자기는 대학을 입학해서 미국에는 대학생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했었어요. 우리 아이는 처음 적응이 어렵습니다. 사람들과, 상황에의 처음 적응을 어려워하지요. 어차피 가야한다면 미국 고등학교보다는 대학교가 낫다고 생각했던것같아요.
안될거면 처음부터 안될것이지, 거의다 와서 안되니 낙심이 큽니다. 합격한다고해서 뭐 특별할것은 없겠으나(어차피 우리는 이민을 가니까) 저는 속으로 합격은 녀석의 초기적응에 원동력이 될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계획을 꺼내더니만 몇개월을 보기 딱할정도로 애를 썻었거든요.
이제 다 지난일이고 다시 새로 방향을 바꾸어 나아가야지요.
그러나저러나 이와중에 둘째아이가 우리의 이주계획을 알게되었고 이번에는 녀석이 또 딴지를 거네요 (?) 저도 중학교 생활 한번 해보고 가겠다나요. 그동안 쌓아온 친구관계를 다 포기할수없다나요. ...그러면서 한마디 더 합니다. 누나는 일찍 알려줘놓고 왜 자기한테는 지금에서 알려주느냐고...
이래저래 미국이민은 모든것을 수정할것을 요구합니다. -[09/26-10:58]-
허풍선: 마음 저~ 아래가 무거워 지네요...
따님이 생각 하는 것 처럼...
미국에 오시면...
고등학교를 처음부터 시작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상적으로는 힘들겠지만...
마구 떼를 쓰면 통하기도 하지요...
가끔 그런 소식을 듣기도 했구요...
미국에 와서 준비기간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댁내 평안 하시고...
진행 하시는 일 순조롭게 잘 진행 되시길 기원합니다... -[10/03-14:32]-
씰바: 감사합니다^^.....
아이한테는 확실히... 시련이었던것 같고 앞으로도 몇년간은 좀 마음을 조리면서 지켜봐야 할것같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것은... 이주 준비를 시작했고 이만큼 진행이 되었다는것입니다. 가서 부딪치다 보면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10/04-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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