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금여기에서
엄마 블로그에 올려진... 아들놈 이야기 본문
과테말라에서 아들이 겪은 에피소드...
그날은 가족들이 방문하는 날이라고했다. 대부분 가족들이 전혀 없기보다는 너무나 가난하다든지, 돌볼 부모가 없다든지, 하여튼 가족내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누구든 피붙이가 있단다.
그런 피붙이들이 시설로 아이들을 만나러 찾아오는 날. 그날을 아이들은 손꼽아 기다릴터이고 50명의 아이들은 그날도 그랬을터였다.
그런데 7가족인지 9가족인지밖에 찾아오질 않았단다. 나머지는 안오는 부모를 기다리며 풀죽어있었을것이고...
그러다가 열두어살 먹은 여자아이 하나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나... 그 옆에있던 아들녀석은 안된 마음에 그 아이의 어깨에 팔을 얹고 다둑이며 위로를 했고... 또 그옆에있던 대학생 누나들(한국에서 자원봉사온)이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같이 훌쩍거렸다고...
그때 나타나신 신부님. 화를 내시며 아들과 대학생 누나들을 나무라셨단다. 위로하지말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해야지 아이들을 슬픔에 빠져들게하지말라고.. 그리고 40여명 아이들도 나무라셨단다.
아들아이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페이스북의 제한된 메신저라 더 할수없었지만 무엇이 옳은것인지, 어떻게 하는것이 정말 아이들한테 적절한것인지 알수없다고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는 결국 신부님의 의견과 태도에 동의할수밖에 없었다고... 결국, 자기연민에 빠져들게 위로하기보다는 씩씩한 캔디처럼 자라도록 독려해야할터이니...
미국 소아과 의사들에게 금기사항이 하나 있단다. 절대로 어린아이 환자의 뺨이나 이마에 뽀뽀해주지말라는것.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여린 감정이 배어들면 객관적이고 냉철한 의학적 개입이 어렵다는것. 한편에서는 그러한 감정이입의 불허가 의사들의 정신건강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고 주장하기도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시설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야할까? 위로하고 같이 울어주는것이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이겨낼 힘을 주는것일까?, 아니면 여린 감정에 빠져들지않도록 독려하는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되는것일까?
열두어살 먹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아이가 울고 그 아이를 위로하는 상황이 더 어린 아이들까지도 울게 만들고 전체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든 것은 아들을 포함한 봉사자들의 미숙함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다렸던 엄마나 아빠가 오지않아서 갖게된 버려진것같은 상실의 감정은 그때 그때 울어서라도 흘려보내야하지않을까?... 그렇게 울면서 흘려보내고 주변으로부터 위로를 받을때 다시 일어설수있는 힘을 되찾게되지않을까?... 안 슬픈것처럼, 안 힘든것처럼, 마치 씩씩한 캔디처럼 울지않고 일어서면 그 안에 응어리진 슬픔과 상실이 사라져버릴까?...
삼주는 해외자원봉사로 좀 길지않나싶었는데...그러나... 아들녀석이 정말 처음 겪는 어려운 상황을 맞딱뜨린것같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아니 두고두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서겠지... 그 찾아나서는 길이 아들의 삶의 철학과 방향이 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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