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금여기에서
2003-10-27 23:46 끄적 끄적... 본문
끄적 끄적...
전철을 타고... 문병 가는길... 동대앞서 3호선 타고... 일원역 삼성병원까지...
한강을 넘고.. 문득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처녀 아이 한명이 앞쪽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어요... 전철에서.. 나이 지긋한 아줌마... 뜨개질 하는것은 몇번 보았지만.. 젊은 여자 뜨개질 모습은... 새로워서... 몇정거장을 바라보며 그냥 갔습니다. 익숙한 솜씨는 아니었어요... 한코를 넘길때마다.. 꼭 잠깐 무엇인가에 걸려... 매끄럽게 하진 않았어요... 그런대도 몰두해서 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근데 그놈의 뜨개질은... 하는모습은 좋아보이는데... 무엇을 쩔고 있는지는 모르겠드라구요... 무슨 비밀이 있는것인지^^>
그러고 보니... 지난 토요일... 퇴근하면서... <<토요일 퇴근시간이면... 마술처럼.. 한없이 너그러워집니다>> 여유로운 맘으로... 동대문운동장역 내려오는데... 부드럽게 들리는 피리소리.... 전철역 토요일 오후에는 무료공연 이야기입니다... 거 뭐시냐.. 토토로에 나오는... 거시기 악기 있지요... 주먹만한 도자기에 구멍이 얼기설기 뚫어놓은 악기... 영롱한 소리나는 거시기... 5명이서 나란이 서서 합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좀 큰것에서는.. 제법 묵직한 피리소리... 주먹만한것에서는... 작고 높은 피리소리... 한곡이 끝나고 두곡이 끝날때까지... 마음열고 그리고 귀열어 듣고... 박수치고... 좋아했읍니다. 얼마나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들 앞에서... 긴장은 했어도..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그모습이... 참 많이 좋았습니다. 저들이.. 저 표정들이... 지하철에서만 공연하겠어요? 여러군데 다니면서... 기쁨선물 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내요... 내 컴퓨터 수리전담... 사장님... 한 5-6년쯤전에부터... 어떻게 알게 되어... 단골이 되었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표정... 담담하면서도... 차근하게... 듣고 최선을 다해주는 영등포 전자상가 중고피씨 판매 수리전문.. 직원이 한사람뿐인.. 컴퓨터회사.. 사장님입니다. 지난주.. 윈도우 포맷하고 오에스 까는법 아예 실습하겠다고... 컴퓨터 들고가서... 인스톨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중고컴을 3대... 거의 실비로 설치를 해주었는데... 대금을 한달이나 안주더니... 급기야는 상소리를 하는 60도 넘은 못된 고객땜시... 요즘 일할맛이 안난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노사모 활동을 했었고... 성당에 다니는데... 요즘 들어서는 성당도 좀 세속화 되어간다는 이야기... 언젠가는.. 난지도에 있는 지체장애아 시설이 있다하여.. 퇴근길에 들려... 도울일이 없을까.. 물어.. 연을 맺고... 그뒤에... 여러사람이 동아리를 만들어... 지원을 했는데... 언제부터는... 아예 지원을 받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를 자꾸 요구하는통에... 거리감이 생겼다는등등... 뭐랄까... 나이는 41인데... 생각은... 아직도 푸르기만한.. 사장님... 아니 그런데요~ 짜증나지 않으세요... 화나지 않으세요... 그런마음 들어질땐 어떻게 하나요.. 물었드니.. ^^ 웃으면서 하는말... 지가 원래 낙천적이거든요... 고민해서 해결될일 같으면... 고민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고민 안 합니다... 그냥 넘어간답니다.... 내 좋은 이웃... 술이라도 한잔 같이 하면... 밤새도록 이야기 나눠도 좋을.... 좋을 이웃..
이렇게 어울려 사는것이죠? 몹쓸사람들... 약은 사람들... 영악한 사람들... 그들의 위세... 그 허세속에서... 소리없이... 기죽지 않고 자기 목소리로 사는 사람들... 그들이 있음에...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게 되는것입니다. 더불어... 같이요 ^^
일원역에 내려서... 계단중간에 꽂집이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살펴보다... 한바구니를 골라들었어요... 향기 좋은 들국화 모음 바구니^^ 아줌마 얼마?... 12,000원... 지폐 3장을 꺼내 놓고는 들고 나올려니.. 기겁하면서 잡으며... 기다리래요... 그리고는 익숙한 솜씨로... 테이프를 잘라.. 한참을 만지작거리면서.. 근사한리본을 만들어 달아주더군요... 아이구~ 근사타.. 아줌마 고마워요... ^^
21choyj: 님의 귀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민 결정 후 우리나라의 현상황에 대해 무심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어차피 떠날 나란데 뭐..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미국가서 생활할 때 자랑스럽게 나는 대한민국에서 왔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기 위해 이곳에 있는 동안 노력하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언제 이민승인이 날지 모르지만 그동안이라도 무심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렵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건강 조심하시고 님의 수속이 빨리 진행되길 기원합니다.*^^* -[10/28-11:18]-
씰바: 그렇지요(!) 21choyj님.. ^^
썩을놈들이 하두 설쳐대서... 정내미 떨어지는 시간속에 있지만.. 그래도 잊을수없는... 추억이 있는곳... 지금 살고 있는 곳이잖아요... 아이들 때문이라 이야기 했지만.. 어디간들... 잊을수 있겠어요?... 비좁고... 구차하고... 때론... 청승맞은 모습이라도... 내가 살고 커온곳인데요... 나 잘못되면 몰라도... 잘되면... 다시 찾아야 될 곳이 이곳이지 않겠어요?
사람사는곳... 어딘들 특별하겄습니까?... 애환이란 어디에나 있을일이겠고요~
너무 모질게 생각하는것은... 위험하고....... 안쓰러워요... 어디 그런다고 해결이 되드냐 말이지요.... ^^
어디서 산들... 좋은 기억 갖고 갈 일이예요... 그래선데~ 주어진 지금 시간... 행복하세요... -[10/29-14:12]-
'USA - 이민 준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3-11-24 22:55 안타는 차... 팔아버렸심다^^ (0) | 2010.02.09 |
---|---|
2003-11-16 22:41 나의 그리스식 웨딩... 비데오 보고~ (0) | 2010.02.09 |
2003-10-27 17:27 잘 되겠지요... ^^ (0) | 2010.02.09 |
2003-10-17 13:33 헛참.. 딱지 끊긴 소감 ^^ (0) | 2010.02.09 |
2003-10-16 19:02 딸아이한테.. 전자수첩을 선물.. (0) | 201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