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금여기에서
2004-11-12 14:51 또 한가지 할일을 마치고 본문
엊그제부터 내렸던 비가 그치고나니 오늘은 하늘이 이십년전의 하늘처럼 청명하네요.
바람도 제법불구요.
벌써 두주가 지났군요. 저희 시할머니께서 하느님품으로 돌아가신것이요...
저의 시할머님은 98세이십니다. 결혼해서 얼마뒤에 시집살이를 시작해보니 할머니가 집안에 두분이 계시더군요. 한분은 시할머님, 또한분은 시이모님.
그때만해도 시이모님은 70대, 시할머님은 80대초반이셨기때문에 정정하셨고 특히나 할머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정정하셨지요.
일요일날 오래간만에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내방문을 밀치고 들어오셔서는 세탁기 다 돌아갔다하고 채근하시던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첫증손녀가(저희딸)때어나자 삼칠일을(출생후 일주일 단위로 세번) 오강만한 시루에다가 팥시루떡을 쪄서는 아기 머리맡에 두고 삼신할머니에게 무병장수를 빌어주시던 분이셨습니다.
그 할머님이 돌아가신것입니다. 시이모님이야 예전에 돌아가셨구요.
1-2년전부터 그 총기있던 분이 가볍게 치매을 겪으시는것같더니 지난 추석을 지나면서부터 현격히 기력을 잃으셨더랬습니다. 그때만해도 자주 가지못하는 저를 보면 자주 오너라하시고, 그러시다가도 "너는 애를 몇이나 낳았냐, 너의 시어미는 잘 있냐(바로 옆에 시어머니 계신데도..)"하시면서 당신옆에 앉으라하셨었는데...
그러시는 할머님을 보면서 저희가 그랬었지요. 할머니가 복이 있으시면, 우리가 복이 있으면 우리가 한국에 있을때 가실것이라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 제가 다니는 성당의 연도회에서 레지오 단원들이 오셔서 연도를 해주셨었습니다. 연도중에 가족중의 한사람이 읽는 부분이 있더군요. "... 저의 할머니를 인도하여주시고 운운..." 목이 메어 읽어내려갈수가 없었습니다.
당신 표현대로 치사(정다운 말)는 못하시는 분이셨지만 손자와 손부에게는 사랑받고싶어하셨고 당신방식대로 사랑하셨었거든요.
오래전에 준비되어있던 시할아버지 산소옆의 가묘를 열고 석관안에 가만히 모셔지는것을 보면서 담담한 가운데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편안하게 가시게 해주셔서... 그리고 저희가 보내드릴수있게 해주셔서.."
이 나라를 떠나가기전에 중요한 또 한가지 할일을 마쳤습니다.
e0771: 참대단하신 손부이십니다.
환절기에는 노인분들이 많이 이겨내기가 힘들더라고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12-15:03]-
늘푸름: 어르신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씰바님과 댁님도 수고 하셧구요 -[11/12-15:58]-
하늘그리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생각하신대로 그곳에 계실때 도리를 다 하셨음에 오시는걸음이 조금은
가벼울수도 있으시겠습니다..
나머지 일 잘 준비 하시기를 바랍니다.. -[11/12-20:50]-
빅베어: 삼가 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어려운 일은 같이 나눠야 힘이 덜 들텐데
전혀 내색을 안하셔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씰바님이 조금이라도 맘편하게 출국 하시도록
할머님께서 마지막 걸음 까지도 배려하신 것 같네요.
씰바님 내외분의 효성을 밟으시고
좋은 곳으로 편안하게 가셨을 겁니다. -[11/12-20:59]-
gjjung: 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 동안 큰 일을 치르셨군요. -[11/12-21:32]-
gjjung: 약 6년 전쯤 돌아가신 90후반의 시할머니생각으로 저도 눈가가 붉어지는... -[11/12-21:39]-
로미오: 삼가 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11/12-22:14]-
oksaraba: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13-13:16]-
mhn1120: 힘든 일을 치루셨습니다.
이별은 참 힘들지요...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13-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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