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금여기에서
2004-12-10 18:17 작지만 큰 어려움 본문
작지만 큰 어려움
며칠전이었습니다.
저는 장염으로 입원을 하고있고 큰아이는 곧 닥칠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러고있는데 남편은 한꺼번에 닥친 국내수속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세무서다 구청이다 다니면서 짬짬이 병원에 들러 상황 설명해주고...
그러는가운데 다행이 제가 (서류준비에 지장이 없게) 퇴원을 하게되어 그날 저녁, 저와 남편, 그리고 막내를 데리고 사진관에 갔습니다.
다음날 접수시킬 이주여권과 비자사진을 새로 찍어야한다기에말이지요.
큰애는 지난 여름 입시치룬다고 사진준비하느라 사진관에 갔었기때문에 당연히 사진자료가 입력되어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도록 집에 두고갔었습니다.
그런데, 앗! 사진관 컴퓨터가 잘못되어 자료가 없어졌다고하는것이었습니다.
하는수없이 다음날부터 시험인 큰애를 사진관으로 내려오도록 전화를 했습니다.
당연히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났지요.
아빠가 집에가서 데려오는데 사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부녀의 표정이 장난이 아닌것입니다.
아이는 부어터진 얼굴에 아무렇게나 걸친 브라우스, 흩어진 머리카락, 잔뜩 화난 표정으로...
아빠는 스트레스 왕창받은 표정으로, 아이를 잘 쳐다보려고도 하지않았습니다.
사진관 아저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고나서...
남편은 일찌감치 자리에 눕고(더이상 화를 내지않고 상황을 마무리하는 방편으로) 아이는 또다시 제방으로..
화를 삭히는 남편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잘 참았고 조금만 더 이해해주라고..
그랬더니 남편이 그럽니다. "저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를 잃는거지뭐"...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난뒤 사진을 찾으러 남편이 자리를 비운사이 아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말고사도 중요하지만 이민수속은 더 중요한 집안의 일이므로 어렵더라도 소리없이 협조하라구말이지요.
그랬더니 녀석이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시험끝나고 만들려고했던 주민등록증도 날아가버렸고(녀석은 지문을 찍고 "민쯩"만들어 폼잡고싶었는데 수속하느라 있는 주민등록증도 반납을 했으니..)
기말고사가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간고사때 놓친 등수를 되찾기위해 스스로를 달래가면서 힘겹게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있는데 이민여권사진찍자는 것은 공부하고싶지않은 또다른 자신을 부추기는것이라 너무 힘들다고...
그러면서 또 웁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일년이면 끝나는데 이민은 자신의 삶에서 수험기간을 너무 길게 늘여놓고있다고말이지요...
그냥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녀석을 단단히 혼내주려고 들어갔다가 오히려 아려오는 마음에 두팔에 안고 한참을 등두들겨주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그래도 어쩌겠니.. 우리가족의 결정이었지않냐..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녀석은 평소에도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어디 다른 지방의 학교로 전학을 가는것이라고...
스스로를 단속하느라 힘겨워하는 녀석을 보면서,
하나씩 수속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곧 닥칠 여러가지 일들을 생각하면서
저역시도 쉽게 잠들수없는 밤이었습니다.
씰바:
조금 유하면 좋겠다 싶은데... 그거이 그 나이 그성품에는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화날때가 있으나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내 자식이니.
-[12/10-19:15]-
pyujae: 역시 자식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도 의미없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는 정신자세는 이쁘기만 합니다.
며느리감(?) 후보로 등록해 두겠습니다요.-.,- -[12/11-10:34]-
doolly1024: 아이문제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저역시 가끔 있습니다..
품안에 자식이라더니~ 갈수록 자식키우기가 참으로 힘이 드는군요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부모노릇(?)하기는 더욱 어려워 지겠지요~~??
우리도 그 나이때 부모님의 그 깊으신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라왔듯이..
이 아이들 역시 훗날 부모가 되고나서야..
자식을 향한 부모의 그 끝없는 사랑이 얼마나 깊고 푸른지를 알수있지 않을까요...
혼내주려고 방에 들어가셨다가 되려 안고 등을 두들겨주고 나오셨다는 말씀이
무척 공감이 갑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얼마나 고뇌하겠어요..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고뇌가 분명 있을것입니다
조금 더 산 우리가 이해해줘야 할밖에요~~
따님이 참 예쁠것 같습니다..
씰바님부인께서도 무척 현모양처이실것 같구요~~ ㅎㅎ
항상 느끼지만 정말 다복해보이는 가족의 모습이랄까요..~~??
-[12/11-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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